가수 최예나의 신곡 ‘헤이트 로드리고’(Hate Rodrigo)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7일 최예나는 두 번째 싱글 앨범 타이틀 곡 ‘헤이트 로드리고’를 발표했다. 이 곡은 '굿 포 유'(good 4 u), '데자뷔'(dejavu) 등 메가 히트곡을 배출한 인기 팝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소재 삼았다. 최예나는 해당 곡의 작사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동경의 대상에게 느끼는 귀여운 질투를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발매 전 티저 영상부터 최예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대표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했다. ‘good 4 u’의 마트 씬, ‘SOUR’의 앨범 커버 사진, ‘deja vu’의 드라이빙 씬까지 정말 철저하게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오마주했다. 심지어 뮤직비디오에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사진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무례하다”와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특정 대상을 오마주한 사례는 K-POP 내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의 ‘누드’도 ‘메릴린 먼로’를 오마주 했고, 원어스의 ‘블랙미러’는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곡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최예나의 신곡 ‘헤이트 로드리고’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누리꾼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바로 제목에 있는 ‘hate’라는 표현. 한국에서는 ‘hate’가 ‘싫다’는 가벼운 의미지만 해외 팬들은 이는 혐오적인 표현에 가깝다고 피드백 했다. 현지에서 ‘hate’는 ‘dislike’보다 높은 차원의 ‘싫다’는 뜻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극도로 혐오’에 더 가깝다는 것. 차라리 ‘jealousy’나 ‘wannabe’ 정도의 순화된 표현을 사용했어야 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제목과 달리 해당 곡의 가사에는 ‘Hate Rodrigo’라는 표현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에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성의 없는 오마주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심지어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2021년에 첫 음반을 발매한 라이징 스타다. 앞에 설명한 메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과는 상황이 꽤나 다르다. 오히려 2018년부터 아이즈원 활동을 시작한 최예나가 선배다. 이를 두고 누리꾼은 ‘후배를 오마주하는 선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 ‘마치 해외에서 <hate 장원영>을 뜬금없이 발매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팬들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정말로 싫어하는 콘셉트는 아닌 건 알겠지만 오리지널리티가 없고 그저 카피한 것처럼 보인다”며 분노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도 트위터에 '과감하게 동시대 아티스트의 실명을 거론하고 차용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컨셉트와 아트워크를 보며 어떤 곡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너무 재미없고 납작한 직접 인용이라 실망스럽다. 이건 오마주·패러디도 아닌 낯 뜨거운 패스티시 수준’이라며 비판했다.
오랜만의 신보로 찾아왔지만 ‘카피 가수’라는 불명예를 얻을 위기에 처한 최예나. 과거 영화감독 박찬욱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존 윅 4’를 베끼면 도둑놈이라고 욕을 먹을 거다. 하지만 나처럼 히치콕의 ‘버티고’를 베끼면 이건 뭔가 있어 보인다.” 물론 고전 영화 시청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오마주한 최예나에게 이만한 조언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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