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판

‘첸백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

 

엑소의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와 SM엔터테인먼트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 1일 첸백시는 법무법인 린을 통해  전속계약에 관한 부당성을 주장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첸백시는 SM이 정산자료 사본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노예 계약에 가까운 장기간의 전속계약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계약서의 ‘정해진 최소 수량의 앨범을 발표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이행하는 시점까지 계약 기간은 자동 연장된다. 기간의 상한도 없다’는 부분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SM도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정산 자료는 보안 문제로 사본 제공은 어렵지만 상시 열람이 가능하고 그동안 정산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것. 계약 역시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른 계약이고 기간 또한 유효성 및 정당성을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또한 첸백시가 문제 삼은 앨범 발매량에 따른 계약 기간 자동 연장 조건 역시 상호 간 충분히 협의해 반영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조항은 소속사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조건으로 계약 기간 동안 소속사에서 활동을 지원할 것을 의미하는 조항이라는 것. 오히려 SM은 "재계약을 논의하는 과정 중 2022년 11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은 멤버 측 대리인과 총 8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전속계약서 조항상 상당히 세밀한 단어 하나 하나까지도 협의를 완료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아티스트가 최근 새롭게 선임한 대리인은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신규 전속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당사가 제보받는 내용이 사실임을 넉넉히 짐작하게 하는 것”라며 제3의 외부 세력이 첸백시에게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첸백시 측은 SM의 외부 세력 개입 입장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성인에게 제3의 세력 운운은 참담하다고 밝혔다. 또한 제 3의 외부 세력으로 지목받은 빅플래닛메이드의 MC몽 또한 “분쟁과 무관하며 개인적 친분으로 위로했을 뿐”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첸백시는 재계약 당시 SM 측의 발언을 공개하며 ‘자발적 재계약’이었다는 사측의 설명에 반박했다. 백현은 당시 “백현이 네가 계약해야 다른 멤버들이 이 정도 계약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SM의 계약조건이 부당하다고 여겼지만 해외 진출을 이유로 한 전속계약 3년을 연장하는 부속합의서와 함께 지속적인 회유와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 조장 등이 있어 재계약 서류에 날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해명했다. 그와 함께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SM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제소했다.
 
 

SM은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명확한 입장을 소명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SM은 첸백시가 계약 해지 이유로 꼽은 정산 자료 사본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SM은 아티스트 3인 및 그 대리인이 정산자료 사본을 정산 내역을 점검하는 이외에 다른 부당한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받는다는 전제로, 아티스트 3인에게 정산 자료 사본을 제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더불어 아티스트 3인 외 EXO 멤버들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 정산 자료 사본을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 동의, 또는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SM이 리스크를 감수한 채 과감한 결단을 내리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금까지 첸백시 측에서 내세운 논리는 SM이 제대로 계약금을 주지도 않으면서 장기 전속계약을 강요하고, 정산 내역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SM은 투명하게 정산 내역을 공개하며 전속계약 해지 통보의 가장 큰 사유를 정면 돌파했다. 당당한 그들의 태도에 과거 동방신기 정산 문제를 언급하며 첸백시를 지지했던 대중의 동정표도 상당수 철회됐다.

 

 

더욱이 엑소의 완전체 컴백을 기다렸던 팬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아티스트 3인과는 최선을 다해 협의할 것이며 엑소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SM의 열린 태도는 이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첸백시는 소속사와의 분쟁 상황에서도 엑소 11주년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에 합류하며 엑소의 새 앨범 준비 작업에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등과 함께하는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팬들에게 온전히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M이 정산 자료를 제공하는 순간 첸백시는 본인들의 주장을 증명해 내야 한다. 만약 그들의 정산에 문제가 없다면 대중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이미 돌이키기엔 멀리 와버린 지금. 첸백시가 이번 소송을 통해 진정으로 얻어내고 싶은 것은 뭘까. 과연 그들이 언급한 대로 후배들의 권익 보호와 대중문화 산업의 공정하고 건강한 발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