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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철

‘서울의 봄’과 함께 보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영화계 비수기라는 11월, 서울의 봄이 엄청난 기세로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개봉 6일 만에 200만을 돌파하며 천만 영화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중인데요. ‘서울의 봄’은 1970년대 말 12.12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영화관에는 한숨 소리만이 가득한데요. 정우성과 황정민의 열연과 뛰어난 연출로 관객들은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며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죠. 서울의 봄을 보고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한국의 근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한국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시간순으로 함께 살펴볼까요?

 

 

🎬 동주

일제강점기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와 그의 사촌 형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 ‘동주’. 이 영화는 옥중에서 윤동주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을 교차적으로 구성한 영화인데요. 암울한 시대상에 맞춰 의도적으로 흑백 화면으로 제작했죠. 영화 중간중간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윤동주의 명시는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한평생 참회했던 윤동주. 무장투쟁이 아닌 시로서 ‘부끄러움’을 노래했던 그의 투쟁을 영화로 만나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웰컴투 동막골

1950년 11월 인천 상륙작전이 실행된 후 인민군은 패퇴해 도망가고, 국군이 밀고 올라가던 시기.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전쟁과 무관한 마을이 있다면 믿으시겠나요? ‘웰컴투 동막골’은 바로 이런 엉뚱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동화 같은 연출과 따뜻한 이야기로 입소문을 타며 800만 관객이라는 대박을 터뜨렸죠. 이 영화는 밖에서는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전쟁하던 군인들이 동막골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전쟁에서 군인이 싸우는 이유는 이념이 아닌 무고한 이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요. 따뜻하고 정겹기에 전쟁의 잔혹함이 더 잘 드러나는 ‘웰컴투 동막골’ 궁금하시지 않으시나요?

 

 

🎬 남산의 부장들

가장 먼저 소개했던 ‘서울의 봄’ 직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 드립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인데요. 2020년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극장가가 침체하였기에 누적 관객 수 500만을 넘지 못했지만, 2020년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관객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죠. 해당 영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보는 것이 좋은데요. 영화에서 다루는 프레이저 보고서, 김형욱 실종사건, 10.26 사건 외에도 5.16 군사정변, 3선 개헌, 10월 유신, 코리아 게이트, 김영삼 제명 사건, 부마 민주 항쟁도 함께 알아두면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질 거예요!

 

 

🎬 스카우트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는 많이 있는데요. 천만 영화인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화려한 휴가’, ‘박하사탕’ 등이 있죠. 그중에서도 오늘은 ‘스카우트’를 추천할게요. ‘스카우트’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 열흘 전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당시 광주일고 선수였던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주인공 호창이 겪는 일이 주요 내용인데요. 언뜻 보면 야구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회성이 짙은 이 영화는 비극적인 역사를 일상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입니다. 5.18 이전까지의 날짜가 자막으로 계속 표시되고, 혼자 야구를 하는 어린 종범이 뒤로 전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죠. 5.18 민주화 운동은 과거 신군부에 의해 ‘빨갱이들의 폭동’이라며 왜곡됐고, 한동안 ‘광주’는 사람들에게 금지어처럼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이후 1995년 11월 24일에 특별형법이 발표되며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었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광주 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함께 관람해 보는 건 어떤가요?

 

 

🎬 1987

1987년 한국 민주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던 6월 민주 항쟁이죠. 영화 ‘1987’은 6월 민주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720만이라는 선전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고증에 각별한 신경을 써서 당대 열사들과 운동원들의 노고가 폄하되지 않도록 노력한 점도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죠.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암울한 편이기에 보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보고 난 후에는 가슴 속에 뜨거운 감동이 몰아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창작물인 ‘팩션’ 영화들. 장르 특성상 극 중 사건의 진행과 캐릭터들의 행적 등이 실제 역사와 다를 수 있다는 유의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경각심을 깨우치게 해준다는 시사점 또한 가지고 있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영화. 역사가 이끄는 대로 영화를 정주행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