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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철

사라지는 추억, 학전이 없어진다😥

 

90년대 초반,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며 대한민국 소극장 문화를 이끌었던 ‘학전’이 내년 3월 문을 닫습니다. 학전의 김성민 팀장은 “지속적인 운영난으로 학전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죠.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가수 김민기가 나중에 크게 성장할 예술가들의 디딤돌 구실을 하겠다는 뜻으로 만들었던 ‘학전’. 요즘 친구들은 ‘학전’이 생소할 거 같은데요.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서 ‘학전’이 어떤 의미였는지 ‘학전’의 대표 예술가들과 함께 살펴볼까요?

 

 

학전의 대표 스타는 누가 뭐래도 ‘김광석’이 아니었을까요?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함께 여의도 방송가가 ‘보는 음악’에 열광하며 통기타를 든 가수들은 갈 길을 잃었는데요. 이들에게 무대를 제공했던 곳이 바로 학전이었습니다. 김광석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학전에서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는데요. 가수 생활 10년을 맞은 해에는 무려 1천 회 기념 공연을 열기도 했었죠. 김광석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기에 소극장 공연을 고집했다고 하는데요. 아직도 학전 앞에는 김광석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2012년부터는 매년 김광석 노래부르기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일어나’, ‘서른즈음에’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던 김광석은 학전에서 공연하며 소극장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죠.

 

 

윤도현은 “뮤지션 윤도현이 태어난 곳은 학전 소극장”이라며 학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그는 가수 권진원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서게 되며 우연히 학전 대표 ‘김민기’의 눈에 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가수가 아니라 배우로서 뮤지컬 ‘개똥이’ 주인공이 되어 학전과 인연을 맺었는데요. 윤도현은 당시를 회상하며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고 김민기 선생님이 하라니까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사람들한테 뮤지컬이 뭐예요 물어보고 큰일 났네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당시 윤도현과 함께 출연한 배우로는 황정민, 장현성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윤도현은 해당 뮤지컬에서 상대 여주인공을 맡은 ‘이미옥’님과 결혼했죠! 갈 곳이 없던 신인 윤도현을 받아줬던 곳, 윤도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격려해 주던 선배 김광석, 권진원, 유리상자가 공연했던 곳이 바로 학전이랍니다.

 

 

학전에는 유명한 독수리 5형제가 있는데요.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황정민, 조승우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학전은 음악뿐만이 아니라 뮤지컬과 연극에도 집중했는데요. 1994년에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우리나라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죠. 위에 말한 독수리 5형제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는데요. 학전의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황정민 “학전은 제가 배우로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갑작스러운 폐관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라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죠. 학전은 다른 공연장들이 외면하는 어린이극에도 매진해 왔는데요. 지금까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의 작품이 어린이 관객을 꾸준히 만나왔습니다.

 

학전은 이제 12월 31일까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하고 내년 1월 6일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를 개최한 후, 내년 1~2월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예정인데요. 학전의 폐관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전을 전문극장으로 만드는 등 공간의 역사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대한민국 라이브 음악의 발원지이자 소극장 콘서트 문화의 마지막 보루라고 평가받는 학전. 학전이 오랫동안 우리의 곁에 머무를 수 있도록 좋은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길 바랄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