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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개그맨의 부캐 놀이 이대로 괜찮은가

 

 

개그 프로그램은 없어졌지만, 오히려 개그맨의 일자리는 늘어났다. 바야흐로 개그맨 부캐(부 캐릭터) 전성시대. ‘피식 대학’을 필두로 ‘한사랑산악회’, ‘길은지’, ‘카페사장최준’, ‘서준맘’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에 뒤따라 ‘장기연애’, ‘다나카’, ‘꼰대희’ 등 부캐들이 우후죽순 늘어갔다. 
개그맨들은 끼는 물론, 탄탄한 연기력, 반짝이는 개그 아이디어까지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춘 이들이 많다. 외모 또한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한 느낌이 대다수. 그들의 특장점을 가장 잘 살린 것이 리얼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부캐 놀이’다. 대중들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리얼한 연기와, 자연스러운 웃음 포인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났다. 그 이슈의 중심에 있는 것은 현재 가장 인기몰이 중인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 다나카는 일본 호스트 업계에 종사 중이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설정으로 세기말 일본풍 머리와 짝퉁 벨트를 착용하며 한본어를 사용한다. 2022년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의 르세라핌 편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며 각종 방송, 예능, 콘서트까지 개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다나카의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화류계 인물. 기존 카페 사장, 중년, 신도시 여성 등 일반적인 인물과는 다르다. 유흥업소 종사는 엄밀히 범죄다. 대중매체에서 호스트를 자주 언급하고, 밈(유행어)화 시키면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현재, 유흥업소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다나카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맛있어지는 주문 ‘모에모에 뀽’을 외치는 메이드 카페가 일본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고, 심지어 국내에도 메이드 카페가 개업되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다나카 같은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하며 호스트바에 방문해 후기를 남기는 사람도 생겨났다.

 

또한, 다나카는 일본 사람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을 까면 풍자지만, 한국 사람이 외국을 까면 비하가 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서툰 발음, 과한 옷차림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어쩌면 해당 국가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최근 생겨난 베트남 며느리 부캐, 태국 방콕 아가씨 부캐 등 외국인을 희화화하는 캐릭터는 모두 제노포비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캐는 부캐일 뿐이고, 컨셉은 컨셉일 뿐이다. 
하지만 장난으로 던진 돌에도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것처럼, 웃자고 던진 개그에 상처 입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 과열된 부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극적으로 연기하는 것 이전에 내가 창작한 부캐가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닌지 자가 검열이 필요해 보인다.
 

👉MZ세대 에디터의 한마디!

💚에디터 영철 : 풍자와 비하는 한끗 차이죠  
💗에디터 릴리 부캐를 가지는 개그맨이 늘어나면서 겪어야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부캐를 선정함에 있어 비방의 의도가 있지는 않은지 자가 검열을 꼭 거쳤으면 좋겠네요.
💜에디터 진정 : 확실히 유해한 영향을 끼치고 있네... 사람들의 인식이 열린 시대라고 해도 범죄는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에디터 기영 : 처음에는 그저 재밌게 봤는데 소비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