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 방송의 목표는 시청률이라지만, 도가 지나쳤다. 보는 내내 '기분이 더러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MBC '결혼지옥'이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내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남편의 폭력성을 우울증으로 포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이 논란마저도 좋아할 MBC지만 말이다.
13회째를 맞이한 '결혼지옥'. '결혼지옥'은 아동 전문, 정신건강의학과의사인 오은영의 이름을 걸고 하는 부부 솔루션. 부부 솔루션인만큼 문제 있는 부부가 나와 일상을 공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이다.
방송을 거듭할수록 오은영 박사라 아니라 경찰이나 이혼 전문 변호사가 나와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회 연속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 나온데다 오은영 박사 및 소유진, 하하, 김응수 등 패널이 그 누구도 정확한 지적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

최근화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20대 아내와 코로나 이후 일을 구하지 않는 40대 남편의 이야기. 아내의 외벌이로 살림을 꾸린 지 2년. 남편은 직장을 다시 구할 생각도 하지 않고 아내의 생활비에 의존하면서 육아도 살림도 하지 않고 게임만 했다.
놀고 먹기만 해도 문젠데 남편은 입만 열면 아내에게 쌍욕을 일삼았고, 손가락욕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성격이 더러운 네 탓"이라며 가스라이팅도 매일이었다.

"돈을 주고 사왔다"며 매매혼을 언급하는 태도는 가히 충격적. 매매혼의 문제가 드러났고, 외국에서 온 신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 눈에 보이는 실정이었지만 '결혼지옥'이 내놓은 답은 "남편이 우울증이 있다"였다.
사지멀쩡하지만 아내가 벌어오는 돈과 매 끼 챙겨주는 밥이 편해 일할 생각은 없는 남자. 사지멀쩡한 남편은 일을 하지 않아 외벌이.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뒤 어지러진 집, 두 아이 육아, 매일 욕을 하고 무시하는 남편. 객관적인 조건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아야할 사람은 아내아닌가. 아내 역시 "자살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었으나 '결혼지옥'은 남편의 우울증을 우려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경상도 남자라 표현이 서툴다나.

'결혼지옥'은 부부 갈등의 고민을 나누고 솔루션을 찾아준다는 설명이 붙어있는 프로그램이다. 가정 폭력 남편, 숨기는 것이 많은 남편 등을 데려와 아내에게 '참고 살라'는 답을 내려주는 곳이 아니다. 가정법원으로 가야할 부부를 방송에 데려왔다면 그 기능은 다 해야 하지 않을까.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중요한 문제를 자극적인 소재로만 쓰고 버리는 MBC . '결혼지옥'의 의도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조롱처럼 저혈압 치료제? 한국 남성에 대한 기대치 낮추기? 뭐가 됐든 유해한 방송인 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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