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나’를 찾아 나서게 된 차정숙의 다이내믹한 인생 봉합기를 그린 JTBC ‘닥터 차정숙’이 지난 4일 종영됐어. ‘닥터 차정숙’은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4위, 마지막 화 18.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 하지만 종영 직후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대중들의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어. 심지어 ‘닥터 차정숙’도 결국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왔지. 잘 만든 드라마에 제대로 초를 치는 ‘용두사미 결말’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함께 알아볼까?
1. 한순간에 무너진 캐릭터
이번 ‘닥터 차정숙’에서 시청자에게 가장 지탄받은 부분은 ‘차정숙에게 차인 로이킴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야. 해당 역을 연기한 배우도 "차정숙이랑 계속 친구로 남던지, 아니면 미국으로 돌아가서 양부모와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쌓아가는 느낌이면 좋은데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하라고 하는 차정숙의 말을 듣는다. 갑자기 왜 미국 사람이 된 건지. 사실 그 장면을 안 찍고 싶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지. 드라마 속 로이킴은 차정숙만을 바라보는 순정남이었는데 한순간에 캐릭터의 설정을 망쳐버린 거야. 드라마 속 캐릭터는 모두 ‘서사’를 가지고 있어.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행동을 따라가며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지. 캐릭터들은 타당한 계기로 ‘변화’할 수는 있지만, 이유 없이 ‘돌변’하게 된다면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버리게 돼. 이러한 현상을 두고 캐릭터가 붕괴하였다는 뜻의 ‘캐붕’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지. 과거 'SKY캐슬’ 또한 입시에 집착하는 살벌한 면모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다 결말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해피엔딩으로 급변하여 ‘스카이 캐붕’이라는 오명을 얻었지.
2. 너무 현실적인 엔딩
‘닥터 차정숙’에서 시청자들이 또 아쉬움을 표한 부분은 결말이 너무 현실적이라는 것이었어. 바람을 피운 ‘서인호’와 ‘최승희’가 그 무엇도 잃지 않고 너무 행복한 결말을 맺은 게 아니냐는 것이지. ‘서인호’는 차정숙과 이혼 후 병원장이 됐으며 ‘최승희’는 개원 후 병원장이 돼. 심지어 이혼 후 최승희의 딸은 서인호에게 엄마랑 잘해보라고 부추기기까지 하지. 대중들은 아들도 함께 일하는 병원이기에 차정숙이 불륜 사실을 터뜨리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만 복수의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어. 이렇게 현실적인 결말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만, 그만큼 아쉬움을 남기기도 해. 현실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이렇게 현실과 다를 바 없다면 굳이 드라마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 물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모두가 죽는다.’, ‘벼락부자가 된다’ 등의 비현실적인 엔딩은 ‘막장 드라마’라고 평가 받게 돼.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시원한 ‘사이다 포인트’를 찾아내기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
3. 미처 거두지 못한 떡밥
드라마의 기대감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되는 ‘떡밥’. 드라마 초반 작가들은 떡밥을 여기저기에 심어놔. 사전 정보를 보면서 시청자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유추하지. 추후 전개를 통해 떡밥이 회수되면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껴. 미리 떡밥이 뿌려지지 않고 갑작스러운 전개가 나오게 되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게 돼.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떡밥을 미리 뿌려 놨다가 미처 회수하지 못하면 극의 완성도는 떨어지지. 시청률 10%를 넘기며 흥행하던 ‘빅마우스’는 떡밥 회수에 실패하면서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어. 최강 빌런이었던 빅마우스의 정체에 대한 개연성도 타당하지 못했고, 구천 대학병원에서 진행됐던 실험 프로젝트가 명확히 어떠한 것이었는지 조차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지. 또한 남자 주인공이 악역이 갈취한 1000억 원 여의 금괴를 어떻게 찾아냈는지도 해소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찝찝함을 남겼어. 물론 모든 떡밥이 철저하게 회수되어야 하는 건 아니야. 시청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회수하지 않는 장치를 ‘맥거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미회수 떡밥과 달라.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하고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장치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트릭이지.
4. 알고 보니 모든 게 꿈?
2022년 최악의 결말로 꼽히는 ‘재벌집 막내아들’. 수많은 명대사와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모든 것이 윤현우가 꾼 꿈이었음이 밝혀져 시청자들의 분노와 허망함을 불렀지. 모든 것이 꿈이라는 결말은 너무나도 간편한 해결책임과 동시에 가장 성의 없는 결말이기도 해. 드라마가 비현실이라는 것은 모든 시청자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어. 비현실적인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지. 이 모든 역량과 책임을 회피하는 ‘꿈 결말’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위야. 과거 김은숙 작가가 ‘파리의 연인’에서 드라마의 내용이 전부 소설 속 내용이라는 엔딩을 내었다가 큰 비판을 받기도 했지.
드라마에서 결말은 모든 내용을 응축하는 장면이자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다시 복귀하게 하는 힘이 있어. 그렇기에 망한 결말이라고 소문난 드라마의 경우 정주행을 하거나, 새로 유입되는 시청자가 현저히 적은 편이야. 물론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결말은 없고, 모든 결말에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말이야. 여러분이 꼽는 최악의 드라마 엔딩에는 어떤 게 있는지도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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