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디터 릴리

‘백상예술대상’이 보여준 대한민국 트렌드 변화

 

지난해보다도 약 43만 명 이상의 누적 시청자 수를 자랑하며 역대급 치열함을 다퉜다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이하 백상)’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어. 1965년 제정돼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알아볼까?

 

 

  • 지상파를 떠난 민심

이번 백상에서 아무리 살펴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지상파의 수상’이야. 대상은 케이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품상은 OTT 넷플릭스 ‘더글로리’, 연기상도 모두 ‘tvN’과 ‘넷플릭스’가 차지했지. 무엇보다 이번 백상에서는 특히 지역 방송국의 첫 수상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교양 작품상을 받은 MBC경남 '어른 김장하’가 그 주인공!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100억 원 넘게 기부한 김장하 선생을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로 지난 연말과 올해 연초 방송된 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설 연휴 전국으로 송출됐지. 특히 ‘어른 김장하’는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나는 신이다’를 꺾어 화제가 됐어.

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은 익히 들려왔잖아. 기성세대들이 TV를 보지 않기 시작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OTT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어. 이에 지상파는 남은 중장년층을 포섭하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제작했고, 청년 시청자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됐지. 지상파의 옛 영광은 흐려졌고, 콘텐츠의 중심이 옮겨졌다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내는 시상식이었어.

 

 

  • 여성 서사의 승리

이번 백상의 백미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더 글로리’의 대결. 두 라이벌의 공통점 혹시 눈치챘어?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사랑이 아닌 여성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다양한 여성 서사가 주목받고 있어. 금기로 여겨졌던 여성의 욕망은 물론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복수, 정치, 성장 등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 대상화되거나 단편적이지 않은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인 여성들을 사로잡으며 여성 서사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어.

 

 

  • TV 잡아먹은 유튜브 예능

위에도 언급한 것처럼 요즘에는 TV보다 유튜브가 강세인 시대잖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백상은 올해 처음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까지 예능상 후보 선정을 넓혔어. 그 때문일까? 이번 예능상은 유튜브에서 활약한 스타들이 모두 쓸어갔어. 예능 작품상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 남자 예능상은 유튜브 채널 ‘짐종국’을 운영하는 김종국이 차지했지. 여자 예능상을 받은 ‘이은지’도 ‘피식대학’에 출연해 길은지, 필라테스 강사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었어. 유튜브는 방송보다 제약이 약해 소재가 자유롭고, 호흡이 빠르기에 우려먹기에 지치고,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을 확실하게 사로잡았지. 웹 예능의 파급력과 화제성이 높아지면서 출연 선호도도 함께 높아졌고, 오히려 요즘에는 출연자들이 TV 예능 홍보보다 웹 예능 홍보를 더 선호하는 추세야. 그에 따라 웹예능의 퀄리티는 날로 상승 중이고, 과거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불명확해지고 있지.

 

 

  • 약자를 위한 콘텐츠, 약자를 위하지 않는 현실

이번 백상 예술 대상 수상장에는 ‘사회적 약자’가 주인공인 콘텐츠가 많았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였고, ‘더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 ‘다음 소희’는 청소년 현장실습생이었지. 콘텐츠는 약자를 위로하고 보듬었지만, 막상 현실인 시상식에서는 조금 아쉬운 모습이 눈에 띄었어. 바로 ‘휠체어 높이의 마이크가 마련되지 않았던 것’.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은 하지성 전동 휠체어를 타고 무대로 올라갔어. 그는 뇌 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지. 그가 수상소감을 말하려 했지만 휠체어 높이에 맞춘 스탠딩 마이크가 마련되지 않아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소감을 말해야 했어. “마이크를 더 내려야 하는데 아쉽다”고 입을 연 그는 “비장애인 학생들 사이에서 제가 학생회장이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지. 이번 일을 계기로 화면 밖에서도 약자들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길 바라.

 

 

대한민국 콘텐츠의 변화와 앞으로의 지향점까지 가감 없이 보여준 이번 백상. 다음 해에는 어떤 작품들이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될까? 벌써 기대되는 걸!

 

 

👉MZ세대 에디터의 한마디!
💚에디터 영철 :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이 여기 다 모여있네요!
💜에디터 진정 : 마지막이 인상깊네. 약자를 위한 콘텐츠가 관심 받았지만 막상 현실은 다르다는 거... 
💙에디터 기영 : 공중파의 위기, 유튜브의 강세, 여성 서사의 발전, 소수자를 위한 처우 개선 필요까지 핵심 키워드가 드러나는 트렌디한 시상식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