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비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테니스 국가대표 권순우 선수가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그와 공개 열애 중인 유빈이 역풍을 맞았다. 지난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 출전한 권순우는 세계랭킹 636위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패배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했기에 충격이 컸던 걸까. 권순우는 종료 직후 라켓을 강하게 내리쳐 부서뜨리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고, 상대 선수에게 악수하는 예절도 지키지 않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이 영상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당 영상이 이슈가 되자 국내 누리꾼들은 권순우와 공개 열애 중인 유빈의 개인 SNS를 찾아갔다. 유빈의 SNS에는 "유빈 님 어서 도망쳐라. 저런 테니스 사상 역대급 인성덩어리랑 같이 지내다 보면 무슨 일 당하실지 모른다", "안전 이별해라", "맞고 다니는 거 아니냐. 걱정된다" 등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에 둘이 알아서 할 문제에 오지랖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팬심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언이라는 옹호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권순우의 무례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26일 오전 한국 대표팀은 태국 선수단 훈련장에 찾아가 상대에게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권순우의 행동에 놀라 유빈을 걱정하는 팬들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유빈의 SNS까지 찾아가 권순우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 둘은 단지 연애를 할 뿐이다. 유빈이 권순우의 부적절한 행동에 함께 비난받아야 할 어떠한 책임도 상관도 없다.

과연 유빈의 SNS에 댓글을 남긴 누리꾼들은 진정으로 유빈의 안위를 걱정한 것일까? 혹은 자신의 불편함을 정당화하고 싶은 욕구가 우선시 됐던 건 아닐까? 예전부터 흔히 들어왔던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상대방 입장에서는 호의로, 애정을 담아 말하는 거라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다가오는 이번 추석에는 오랜만에 모여 호의라는 명목하에 오고 가는 비난에 상처만 받지 말고 모두가 즐거운 한가위를 보낼 수 있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