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듣지는 않지만 사기는 합니다!


음반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는 말 들어봤지? 음반 인플레이션이란 K-POP의 음반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해. 최근 컴백한 엑소도 첫날 107만 장을 넘게 팔았고, 데뷔한 제로베이스원도 선주문이 100만 장을 돌파했지. 오는 17일에 발매하는 NCT 드림의 3집은 벌써 선주문량만 410만 장을 돌파하고 있어. 그뿐만 아니라 음반 판매량이 보이그룹보다 약하다고 평가받던 걸그룹들의 판매량도 100만 장을 우숩게 뛰어넘고 있지. 에스파는 169만 장, 블랙핑크는 154만 장, 르세라핌은 125만 장, 아이브는 110만 장을 달성했어. 이제 인기 있는 가수들은 100만 장을 넘는 게 기본인 시대가 온 거야.

과거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도 100만 장은 기념비적인 숫자였어. 아직도 회자되는 명곡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H.O.T의 ‘캔디’ 등이 대표적인 밀리언셀러 곡이야. 전 국민이 알고, 시대를 풍미하지 못했다면 100만 장을 넘기란 쉽지 않았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가수는 골든 디스크 대상의 유력 후보였지.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음원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어. 더 이상 대중들은 CD로 음악을 듣지 않았고, 음반 시장은 크게 쇠퇴했지. 2001년을 마지막으로 밀리언셀러는 멸종했어. 원더걸스 ‘텔미’, 소녀시대 ‘Gee’, 빅뱅 ‘거짓말’ 등 당시 크게 사랑을 받았던 노래 모두 10만 장을 넘기기도 어려웠어. 때문에 엑소가 ‘으르렁’으로 12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달성했을 때 모두가 크게 놀랐어. 엑소는 명실상부 그해 최고의 대세 아이돌로 거듭났고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었지.

하지만 BTS의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음반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어. 세븐틴은 단일 앨범으로만 600만 장을 팔아치우며 K-팝 앨범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지. 과거에는 음반 판매량이 대중성을 드러내는 척도였다면 요즘에는 ‘팬덤 화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변화했어. 특히 중국팬덤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기부 공구’라는 이름으로 중국 팬클럽은 어마어마한 양의 음반을 사들여. 중국의 경우 외교적으로 수교가 제한된 탓에 케이팝 그룹이 현지 활동을 못 하잖아. 그래서 중국 팬들의 주요 팬 활동은 앨범 공구로 집중돼. 평균적으로 케이팝 가수의 앨범 판매량 대비 중국 공구 비중은 대체로 30-50%를 웃돌고 있지.

K-POP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의 증가는 K-POP이 빌보드를 뚫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해줬어. 빌보드 메인차트 중 하나인 ‘빌보드 200’은 음반과 EP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K팝 가수들의 빌보드 상위권 입성이 봇물 터지듯 잇따랐지. 해외 팬덤이 큰 아이돌은 국내 음원 사이트 TOP 10보다 빌보드 200 TOP 10이 더 쉽다고 할 정도니 말이야. 특히 팬덤이 강한 BTS가 빌보드를 점령하자 빌보드는 주 4번까지 인정하던 음원 중복 다운로드 횟수를 1월부터 주 1회로 규칙을 변경했어. 이에 미국 시장이 K팝을 견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

물론 이 같은 음반 인플레 현상이 옳지 못하다고 보는 시선도 많아. ‘팬덤끼리의 경쟁을 붙여서 소비를 부추긴다.’, ‘앨범과 포카 버전을 여러 개로 내는 상술’, ‘무한 팬 사인회로 앨범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든다.’ 등 팬들을 돈줄로만 생각한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많지. 또한 앨범 구매 후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기에 환경 악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K-POP의 세계적인 인기를 드러내는 척도이자 K-POP 산업의 주 수입원인 음반, 하지만 그 만큼 문제점도 많은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 지금의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은 결국 K-POP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