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머리 바뀐 KBS는 칼춤 추는 중

돌핀레터 2023. 11. 16. 18:19

 

 

지난 13일 박민 KBS 신임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보도본부장 등 간부 9명과 주요 부서 국·부장급 보직자 60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정부 출범 직후 좌천되어 인터넷 담당인 멀티플랫폼편성국 기자로 지내던 장한식 전 미래전략기획국장이 보도본부장에 임명되는 등 그동안 주요 보직에서 제외됐던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다. 박민 사장이 임명되기 직전부터 KBS 뉴스 프로그램 앵커 교체가 이뤄지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박민 사장은 법조 기자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조 기자 출신 인사들이 언론 관련 요직에 기용되고 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지난 2015~2017년 6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3인도 법조기자 출신이다.
 
 

박민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개편을 시작했다. 먼저 보도국 메인 뉴스의 얼굴이 바뀌었다. KBS는 이날 ‘뉴스9′ 새 남녀 앵커로 ‘일요진단 라이브’를 진행했던 박장범 기자, 주말 뉴스9을 맡았던 박지원 아나운서를 각각 발탁했다. K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는 전날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자 하차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민 사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진우 라이브'에 "일벌백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요구하는 여당 의원의 질의 "조치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라디오센터에는 “기존 시사프로그램 패널 출연을 중단하고 새로 섭외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개편에 KBS 본부는 노사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따라 사측이 개편을 실무자와 협의해야 하고 긴급 편성 때는 교섭대표노조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들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방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민 사장은 취임 하루 만인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이라며 "불공정 논란이 일면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기자회견장 앞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들이 '대국민 사과 말고 사퇴를 선언하라',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폐지. 방송독립 파괴 규탄한다' 등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행하는 방송을 뜻하는 ‘공영방송’.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에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촛불은 바람에 꺼지고 말지만, 장작불은 더 활활 타오른다. KBS의 미래가 풍전등화일지, 전화위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