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진정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한 ‘2024 구찌 크루즈 패션쇼’
돌핀레터
2023. 5. 19. 10:43
경복궁에서 개최된 ‘2024 구찌 크루즈 패션쇼’가 민폐 논란에 휩싸였어.
지난 16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년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어.
이 쇼는 원래 작년 11월에 개최 예정이었지만 이태원에서 대규모 참사가 빚어지자, 애도 차원으로 행사를 취소했지.
구찌는 취소 후에도 경복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문화재청에 ‘향후 3년간 경복궁 보존 관리 및 활용 활동을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사회 공헌 활동 업무협약을 맺었어.
그 외에도 내용의 적절성, 역사적 고증, 문화유산 훼손 방지, 유적지 관리 등에 대한 내용을 검토받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쇼를 열 수 있었지.
하지만 개최 소식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어.
경복궁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법궁이자, 4대 궁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국보야.
이러한 국가 유산인 문화재에서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의 쇼를 개최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지.
또한 고궁 행사 후, 문화재가 훼손될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았어.
지난 4월 29일 잠수교에서 루이비통이 프리폴 패션쇼를 열었을 때, 24시간 교통을 통제당한 시민들이 느꼈던 불편함도 부정적인 여론에 한몫을 더했지.
물론 위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어.
문화재에서 쇼를 개최하는 건 막대한 홍보 효과가 있고, 뒤따르는 경제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말이야.
실제로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샤넬’, 이집트 피라미드에서는 ‘디올’, 중국 만리장성에서는 ‘펜디’가 쇼를 개최한 바 있지.
게다가 ‘크루즈 쇼’는 공식적인 패션 위크와 달리 제약이 적은 ‘각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쇼’야.
그들의 아이덴디티와 맞고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최적의 장소를 디렉터들이 심사숙고해 고르기에 크루즈 쇼가 개최되는 도시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
그렇기에 크루즈 쇼가 경복궁에서 개최된 것은 문화재를 폄하하거나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나타낸다는 것.
결국 저녁 8시, 쇼가 공개되고 여론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며 구찌와 경복궁의 콜라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어.

하지만 쇼가 끝난 후 벌어진 ‘애프터 파티’에서 소음 문제가 발생하며 논란이 다시 시작됐어.
SNS에 공해를 호소한 A씨는 "10배 줌으로 찍은 거다. 내 방까지 음악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스피커를 밖에 설치한 것 같은 정도다. 심지어 레이저 불빛까지 번쩍거린다"고 설명했지.
해당 영상이 각종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비판이 이어졌어.
파티가 이뤄진 시각은 화요일 밤. 대부분의 시민들이 다음 날 출근 혹은 등교를 위해 잠에 들 시간이지.
그런 시간에 통유리 건물에서 레이저를 사용하고, 오픈 테라스에서 노래를 크게 트는 행위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는 것.
이 논란으로 쇼에 대한 여론도 뒤바뀌기 시작했는데 ‘경복궁’에 대한 존중이 아닌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으로 장소를 선택했다는 반감이 높아졌어.
또 쇼의 엔딩곡인 ‘기생충 OST’도 그저 유명한 K-영화의 곡이라 쓴 거 아니냐는 비판도 늘어났지.
기생충의 주제 의식이었던 ‘계급 의식 비판’을 진심으로 이해했다면 ‘그들만의 세상’처럼 느껴지는 소음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며 말이야.
추후 경찰 관계자가 "총 52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오후 9시 29분 최초 출동을 했으나, 소음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11시쯤 기동대와 순찰차 9대가 출동했다"라며 "결국 통고 처분서를 발부했고, 해당 행사는 자정이 넘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고, 이에 대중들의 분노는 더 커졌지.
이에 구찌 측은 “패션쇼 종료 후 진행된 애프터파티로 인해 발생한 소음 등 주민들이 느끼셨던 불편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다소 짧은 사과문을 기자들을 통해 발표했어.
경복궁 근처에 애프터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많았어.
종로구에는 수많은 호텔과 행사를 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즐비해 있으니 말이야.
그렇기에 이번 소음 논란은 더욱 아쉽게 느껴져.
명품 소비 증가와 K팝을 중심으로 한 영향력 확대로 한국 시장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핵심 공략처로 떠오르고 있어.
아름다운 한국의 명소와 명품 브랜드의 콜라보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전에 한국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명품 브랜드가 한국을 그저 본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충족시켜 줄 국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MZ세대 에디터의 한마디!
💚에디터 영철 : 9시에 신고가 들어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정까지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그사세네요^^
💗에디터 릴리 : 쇼는 참 인상깊게 봤는데... 마무리가 너무 처참하네요.
💙에디터 기영 : 안 그래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 심지어 종로 한복판 열린 공간에서 애프터 파티를 진행하다니.. 이건 명백한 주최측의 실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