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릴리

공중파가 OTT를 반기는 이유, ‘나는 신이다’

돌핀레터 2023. 3. 9. 14:26

 

 

공개 3일 만에 다큐멘터리 최초로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흥행몰이 중인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 (이하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교주의 실체를 폭로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생히 담아낸 8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야.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총 4개의 사이비 종교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지. 
 ‘나는 신이다’는 MBC 대표 시사교양 ‘PD수첩’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연출을 맡아 MBC와 넷플릭스와 협업하여 제작되었어.

 

가장 먼저 공개된 ‘1회 - JMS, 신의 신부들’에서는 가히 충격적인 장면들이 쏟아져나왔어. 자신을 메시아라고 칭하는 교주 정명석은 여신도들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가했다고 해. 그에 따른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 자료들이 잇따라 방영되었지. 적나라한 보도에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담당 PD는 “이에 앞서서 이것이 정말로 누군가에게, 어느 집 딸에게 벌어졌던 피해 사실이라는 것을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저희는 실제 수위의 10분의 1 정도밖에 다루지 못했다”라고 밝혔지.

 

‘나는 신이다’는 방영 전 날벼락을 맞기도 했어.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와 정명석 JMS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국내에서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공개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다행히 법원에서 “JMS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프로그램 가운데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판정을 내렸고, 순탄히 방영될 수 있었어. 오히려 가처분 신청으로 공개 전부터 주목받게 되었지. 
 
사실 사이비 관련 시사 다큐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그렇다면 과거와 달리 왜 이번 ‘나는 신이다’는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었던 걸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심의’야. 그동안 방송사들은 방송법 등 콘텐츠 규제로 인해 많은 제약이 있었어. 제작 후 너무 높은 수위 때문에 방영되지 못한 시사 프로그램도 많아. 하지만 OTT에서는 기존 지상파나 종편보다 영상물 심의 기준이 낮은 편이라 과감한 연출이 가능하지. 심지어 내달부터 ‘자율 등급제’가 시행되어 OTT 자체적으로 심의가 가능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보다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또한 지상파 시사다큐 편성이 줄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사다큐 PD들이 OTT와의 협업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고 해. 방송사의 막강한 자산인 아카이브를 활용해, 사내 예산으로 하기 어려웠던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지. 또한 기획만 좋다면 넷플릭스에서 CG 담당자까지 제작진을 갖춰주고 충분한 제작비와 제작 시간까지 확보해 주니 질 높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해.
 
물론 딜레마적 상황은 여전히 피할 수 없어. 넷플릭스에 IP(지식재산권)가 있기 때문에 성공해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것. 또한 제작진도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와 같은 보상을 받는 데 한계가 있지. 또한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 하지만 과감한 주제와 질 높은 콘텐츠를 갈구하는 제작진의 열망 때문에 여전히 OTT 매체와 방송국의 협업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야.
 
급변하는 OTT 우세 시장에서 OTT와의 협업으로 공생의 길을 택한 방송국들.  앞으로 둘의 협업으로 또 어떤 양질의 콘텐츠가 생성되게 될까? 확실한 건 K-다큐멘터리의 장래는 밝아 보여! ☀

 

 

👉MZ세대 에디터의 한마디!
💚에디터 영철 : OTT의 심의 규제를 현명하게 사용한 예시네요. 
💜에디터 진정 : 더 생생하고 자극적인 다큐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인 것 같군! 앞으로도 공익적인 시사다큐가 많이 나오길 바라 
💙에디터 기영 : 정말 충격적이었던 '나는 신이다'... OTT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위와 내용이었군요!